정혁준
<맞수기업열전>에쎄.   (국내경영이야기, 2009.10.22. ~ 2009.10.24.)


전략이란 말은 전쟁용어에서 나왔습니다. 결국 맞수와의 경쟁에서 살아남는 방법입니다.
-- 『맞수기업열전』中, p. 136.

성장의 원동력, 맞수.
뉴욕 양키스 vs 보스턴 레드삭스. 레알 마드리드 vs FC 바르셀로나. 원더걸스 vs 소녀시대 등등... 라이벌이 있다는 것은 긍정적인 현상이다. 혼자 있음으로 인한 정체현상을 방지하면서 서로가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갈 수 있기 때문. 비단 스포츠나 연예계 뿐만 아니라, 사학에서 '선두를 달린다고 하는' 연세대와 고려대, 형제 회사로 유명한 푸마와 아디다스 등 특정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서로가 경쟁을 하면서 발전하는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물론 부정적인 면도 무시할 수는 없다!).

대한민국 기업의 발전 역시 마찬가지다. 꾸준히 개발을 하고 자기성찰을 하며 커온 것의 원동력은 다름아닌 라이벌의 존재가 있었기 때문. 경쟁사가 신제품을 내놓으면 그에 맞춰서 더 좋은 기술을 개발하고, 다시 그에 맞춰서 발전하는 시나리오가 있었기 때문이다.


얼마 전까지 라이벌의 대세는 이 두 사람이었다. 지금은 김연아 양이 훨씬 앞선 거 같지만...




이 책에서 기업가정신을 배워라? 

다 읽고나니 이 책의 의도가 궁금해진다. 내용은 반쯤은 공감할 수 있지만, 되새기면 너무 기업지향적인 글이 아닌가 싶을 정도의 책이다. 이 책이 정말로 기업가정신을 고취하는데 도움이 되는 책이 되려면, 내용에 나온 네이버 다음, 교보문고 예스24 등등 몇몇 개만 넣었어야 한다. 너무나도 대기업 위주의 내용인지라 보기 불편한 것이 사실이다.

알다시피 한국 대기업은 기업가 정신, 개척자 정신으로만 성장한 것은 아니다. 물론 개척자 정신의 대표자로 꼽히는 정주영 회장 같은 사람의 예시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정경유착이 심하며 자기들끼리 사돈이 되는 등의 인맥에 의한 경영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그러한 뒷면은 보여주지 아니하고 성공한 면, 그것도 기업가 정신에 포함시켜 얘기를 해주니 곤혹스럽다.

심지어는 제목과 내용 자체의 구성도 이상하다. 스토리텔링의 법칙은 어떠한 상품에 스토리를 맞춰서 판매를 늘리는 마케팅 전략 쯤으로 이해를 하고 봤는데, 내용은 전혀 그런 것과는 관련없이 그냥 꿰맞춘 듯한 티가 날 정도다.



안철수 교수님, 이건 아니잖아요.


이 책의 추천사를 쓰신 안철수 교수. 가장 본받고 싶은 기업인이자, 가장 본받고 싶은 '사람'이다.



갑자기 뜬금없이 왠 안철수 교수 타령이냐. 사실 이 책을 구입한건 맨 앞에 안철수 교수의 추천사가 있었기 때문이다. 꼼꼼히 살펴보지 않고 책을 사버린 내 잘못이겠지만, 정말로 믿었었는데 말이다 ^^; 추천사에는 이런 내용이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기업가정신을 쇠퇴하게 만드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낮은 성공 확률과 한 번 실패했을 때 다시 재기할 기회를 주지 않는 사회 시스템에서 찾을 수 있다.
- 추천의 글 中, p. 5.

안철수 교수는 최근 가진 인터뷰에서도 이런 의견을 낼 정도로 철학이 있는 분인 것은 분명하다. 추천사의 다른 내용인 경쟁자가 동반자라는 의식에는 동의하고, 이 책에서도 잘 다뤘던 같다. 그렇지만 본인의 철학이 담긴 문구에 해당하는 내용이 아쉽게도 이 책에는 없는 것 같은데, 도대체 이 말은 왜 들어갔을지. 괜히 책의 내용에 실망해서 추천사를 써 준 고마운 분까지 싸잡는 것 같아 죄송스럽지만, 약간은 실망해버린 감이 없지는 않는다.


그냥 읽을 이야기.

이 책의 본문은 실망스럽다. 재벌 위주의 기업 경영에서, 성공적인 일면만 보여줬기에 더욱 아쉽다고 할 수 있겠다. 차라리 이 책을 보려면 중간 중간에 들어있는 인사이드 팁이나 틈새 키워드 같은 부분을 보라. 맘 편하게 읽을거리로도, 경제의 흐름과 심리학, 경제 전략 등에 관해서도 본문보다 더 훌륭한 글일 것이다. 그나마 본문에서 무언가 찾는다면, 책에서 든 법칙 중 한 두 개의 제목만 얻어가시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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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교수에게 속았다! - 맞수기업열전  (17) 2009.11.01
Posted by nopi
말콤 글래드웰, 노정태 옮김, 최인철 감수<아웃라이어>, 김영사.   (성공학, 2009.08.04. ~ 2009.08.16.)

세계 어떤 고등학교에서 1968년에 공유 터미널을 통해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었겠는가?
-- 『아웃라이어』中, p. 72.


재능은 성공의 어머니?


'통계학에서 뚜렷하게 일정한 방향에서 벗어난 데이터' 라는 의미를 가진 아웃라이어를, 사회적으로 성공한 자라고 하자. 이들 아웃라이어가 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냐고 사람들에게 묻는다면, 백의 구십구는 '재능' 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맞는 말일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 무슨 소리냐고?

여러분들의 주변을 둘러보자. 한 두 분야에서 재능이 뛰어난 사람은 찾아보면 제법 많이 있을 텐데. 그들은 왜 성공하지 못했을까? 성공에는 다른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


성공 = 재능 + !@#$%^&*

당연히 성공은 재능으로만 이뤄지지 않는다.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을 살펴보면, 그 사람들은 엄청나게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비틀즈가 그만한 경지에 이르도록 노력한 시간의 예를 들며 '1만 시간의 법칙'을 얘기하고 있다. 아웃라이어가 되기 위해서는 그 분야에 적어도 1만 시간 정도를 투자해야 한다는 법칙으로, 성공에 있어 노력이 가지는 비중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모두가 재능을 가지고, 노력을 한다고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이 시대 최고의 아웃라이어, 빌 게이츠. 그는 과연 그의 재능과 노력으로만 성공한 것일까?



한국 사람들이 흔히 하는 농담 하나. 아인슈타인과 빌 게이츠가 한국에서 태어났으면 대치동 물리 강사나 용팔이가 되어 있을 거라고, 웃고 즐기자고 하는 농담 속에 뼈가 숨어있다. 이 글의 처음에 써놓은 문구는 바로 빌 게이츠가 가졌던 자산을 가리킨다. 세계 어떤 고등학교에서 1968년에 공유 터미널을 통해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었을까? 그것은 바로 그에게는 성공의 필수 조건, 기회가 숨어 있었기 때문이다.

기회라는 것은 매우 복잡한 것이다. 크게 보면 예로부터 내려온 문화적 유산도 기회며, 작게는 부모의 가정교육과 재산 역시 하나의 기회라고 할 수 있겠다. 생각해보자. 어떠한 재능이 있을 때, 그 재능을 알아주고 키워주도록 도와주는 사회의 역량이 없다면 그 재능은 바로 썩을 지도 모른다!! (축구 팀에서 주전 도약을 하지 못한 유망주들을 괜히 임대 보내는 것이 아니다! 그들에겐 경기에 뛸 기회가 필요하다.)  자수성가한 사람들? 물론 그 사람들의 재능은 알아줘야겠지만, 역시 그들을 인정하는 사회의 분위기와 기회가 없다면 성공할 수 있었을까?


이 책의 철학, 정운찬 전 총장이 생각나는 이유.

이 책의 철학은 결국 재능의 승리도 아니요, 노력의 승리도 아니다. 재능과 노력을 가지고 있을 때, 그들에게 합당한 성공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운찬 총리(라기보다는 전 총장으로 부르는게 더 합당하려나?)가 생각이 난다. 뜬금없이 무슨 소리를 하냐고 물으신다면, <아웃라이어>의 철학에 맞는 교육철학을 가지고, 실행시켰던 인물이 그였기 때문이다.

정운찬 전 총장이 현직에 있을 때 서울대학교는
새로운 정책을 발표했다. 지금은 너무나 유명해진, 그러나 그 당시엔 엄청난 반대와 비판에 시달렸던 '지역균형선발제'가 그것이다. 결과적으로 사교육에 큰 의존을 할 수 없는 학생들에게도 서울대학교 입학의 문을 여는 참신한 정책으로 판명됐고, 그렇게 뽑은 학생들이 다른 학생들에 비해서 성적이 떨어진다거나 특별한 문제가 있는 것도 없다는 것이 확인 되었다.

이쯤하면 이해가 될 법하지 않은가? 정운찬 총장은 바로 기회의 평등을 실현한 것이다. 그 정책을 통과시킴으로써 재능을 가지고 수많은 노력을 하는 이에게 동등한 기회를 제공하여 더 높은 성공의 가능성을 제시한, 이 책의 철학과 가장 적합한 예시인 것이다.

마지막 강의(?)를 하던 정운찬 前 교수. 제발 정치를 하더라도 학자였을 때의 올바른 철학을 지니길 바라겠다.



아직은 아쉬운 사회에 대한 외침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는 이 책의 분류가 '성공학'으로 되어 있다. 나도 그에 맞춰서 이 책의 분류도 '자기계발'로 해 놨지만, 실은 사회학에 더 가까운 책이 아닌가 한다. 아마도 사회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기회의 평등을 줘야 하는 책이라고 생각한 나와는 다르게, 성공하려면 '모든 것이 갖춰져 있는 상태에서 당신이 노력해야 한다'는 교훈을 주는 책 쯤으로 이해하고 있는가 보다. 그만큼 이 사회는 성공에 목말라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는 이들에게 부탁한다. 부디 이 책을 자기계발, 자녀교육, 성공학 등의 좁은 의미로만 이 책을 바라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회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많은 경제적 투자와 부모의 지원, 환경의 영향이 있어야 한다고 특정 부분만 과도하게 해석하지 말자.[각주:1] 그보다는 많은 이들에게 동등한, 정당한 경쟁의 기회를 줄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초석을 마련하도록 깨우쳐주는 책으로 읽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P.S : 이 글은 정치적 의사와는 상관없는 글입니다.
  1.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hotbloodsoul&logNo=140087631582 에서 인용. [본문으로]
Posted by nopi
박성호<야구장이 많아 행복한 일본>책나무.   (야구, 2009.08.03. ~ 2009.08.04.)

일본엔 여자야구도 성행한다. 좋은 인프라가 갖춰져 있으니 누군들 야구를 못하겠는가.
-- 『야구장이 많아 행복한 일본』中, p. 39.


한국의 WBC는 기적이다


몇 달 전, 광주에서 열린 프로야구 올스타전을 보았는가? 광주광역시장 박광태 씨는 그 날 연설을 하면서, 오랜 염원인 구장 신축을 선언하였다. 그 자리에 있던 많은 사람들의 함성소리.. 아마 박광태 시장이 지금까지 들었던 최고의 함성이 아닐까 싶다. 이어 대전과 대구에서도 신축 구장에 대한 얘기가 나오게 되었고, 많은 야구팬들은 이에 들떠 있다.

다음에 광주에서 올스타전이 열릴 때는 신축 구장이 기다릴 것인가.



그렇다. 신축 구장이 소원인 야구팬들이 넘치는 곳. 딱딱한 인조잔디에서는 탈피했지만 아직도 많은 부상을 부르는 바닥을 가진 구장이 명색이 프로야구 구장이라고 이름을 달고 있는 곳. 그런 곳에서 야구를 하며 부상을 달고 다니는 그 선수들은 WBC에서 4강과 준우승을 이끌어낸 최고의 선수들이다. 바로 이곳, 한국의 선수들이다. 그리고 그들은 공교롭게도 두 번 다 이웃의 야구 강국, 일본에게 무릎을 꿇었다.

아직 그들은 강하다. 그것은 사실이다.




편안하게 들려주는 일본 야구 이야기


<야구장이 많아 행복한 일본>은 일본 야구 소개서다. 말 그대로 '일본 야구'라는 방대한 범위를 다루는 책이다. 야구의 기초에서부터 다루는 개론서도 아니지만 '일본 야구의 모든 것' 을 파헤치는 전문적인 서적도 아니기 때문에, 초보 분들이나 전문가들이 읽기보다는 야구를 조금 알고 일본 야구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 읽기에 적당하겠다.

그럼 뭐가 다르기에 일본 야구에 대한 책까지 낼까? 사실 야구가 다르면 얼마나 많이 다르겠나. 각 국의, 각 리그의 특색이 있는 것 정도. 말은 이렇게 쉽게 하지만 그 바탕은 쉬운 게 아닐 것이다. 실제로 일본 야구의 역사 같은 부분을 소개하는 부분에서는 드래프트 파동이라거나 팀 변천사 등을 다루어 지금의 일본 야구가 있는 바탕을 가르쳐주고 있다. 당연히 이런 역사같은 부분은 다를 수 밖에 없지. 음음.

그리고 일본이기에 들을 수 있는 이야기들도 있다. 한국인만큼 성씨가 많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미국처럼 많은 사람을 성씨로 나누는 사회도 아닌 일본이기에 성씨에 얽힌 이야기들도 많다. 요미우리(読売) 자이언츠만 해도 다카하시(高橋)씨가 둘이나 되지 않는가! 일본에 진출한 한국 선수들의 이야기 뿐 아니라, 오래 전부터 지금까지 활약하고 있는 여러 재일동포 선수들의 이야기도 빠질 수 없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보면 한국의 현실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다. 물론 일본 야구를 다루지만 부러운 마음에 한국의 그것이 오버랩 되어버리니 말이다. 그런데 뭐가 부럽냐고?


반성해야 할 한국 야구의 현실


야구장에는 다들 가보셨는지? 잠실이나 문학 구장 같은 곳을 다녀오신 분은 구장이 얼마나 열악한지 잘 모를 것이다. 광주 무등구장, 대구구장, 대전 한밭구장 같은 곳을 다녀온 사람들은 충분히 뼈저리게 느낄 것이고. 천하무적 야구단 김C는 "야구는 순간을 다루는 스포츠"라고 말했다. 그런만큼 모든 것이 다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는데, 가장 기본인 구장부터가 열악하다니. 불만은 이것 뿐만이 아니다.

이제는 없어진 동대문 야구장.



한국에서도 고교야구가 프로야구 출범 전까지, 한 때 최고의 스포츠였던 적이 있다. 지금은 아마 야구의 메카라는 동대문 야구장마저 서울시의 도시계획에 파묻혀 사라진지 오래지만. 지금도 열혈 마니아들이 고교야구와 대학야구를 지켜보고 있지만, 일본은 그들을 지켜보는 사람들이 전 국민이다. 이들은 미래의 프로가 될 재목들인데, 이들에 대한 지원부터가 너무 열악하다. 얼마 없는 팀 수와 선수 수는 그렇다 치더라도, 선수를 선수로 대접하지 않는 몇몇 감독들의 행태가 실제로 많은 곳에서 일어나는 것은 지원과 관심이 부족하기에 일어난 것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모든 이가 주시하고 있는 고시엔 대회는 부럽기만 하다.




왜 이제야 나왔어!!!


10년 전, 일본 야구는 쉽게 접할 수 없었다. 가끔 보여주는 스포츠뉴스의 영상과 신문을 통해서만 접할 수 있었다. 그러다 이승엽 선수가 일본에 진출하면서부터 일본 야구를 TV로 많이 볼 수 있게 되어, 이제는 쉽게 접하게 되었다. 그 때에도 이 책은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임창용 선수가 활약하는 지금에 와서야 이 책이 나온 것이다.

그만큼 늦게 나온 것은 너무나 아쉽다. 작가가 최근에 자료를 수집한 것이 아니라 수십년간 모아온 자료를 바탕으로 책을 냈기에, 더 빨리 출간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책을 보고 일본 야구의 현실을 직시하고, 한국 야구에 눈을 돌려 더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더 늦었기에 더욱 아쉽다.
Posted by nopi
책 이야기/소설2009.08.29 21:46
아내가 결혼했다
박현욱, <아내가 결혼했다>, 문이당.   (한국소설, ~ 2009.08.29.)

명백해진 사실. 나도 미쳤다.
-- 『아내가 결혼했다』中, p. 170.






뭘 얘기하고 싶은거야?

<아내가 결혼했다>는 발랄한, 그러면서도 대담한 소재의 이야기다. 평범한 남자 덕훈과 결혼한 매력적인 여인 인아가 펼치는 남성편력(?)과 환타지를 그려낸 소설이다. 그 과정을 축구라는 소재를 덧
붙이면서 표현을 해내는데, 어쩜 그리 재밌었는지. 가족과 결혼 제도라는 인간이 만든 틀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는 부인에게 마지못해 모든 요구를 허락하는 남편을 보면서 실실 웃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뭘 얘기하고 싶은거야? 그저 웃고 지내기엔 너무나 무거운 소재의 이야기 아닌가? 그리고 주인공은 왜 남자가 아니라 여자였을까? 유쾌한 이야기 뒤에 묻힌 작가의 의도를 생각해보자. 아마도 사랑하되 독점하지 않는, 동시에 두 사람을 사랑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소설을 쓴 것인거 같긴 하지만 말이다.

영화로 만들어진 <아내가 결혼했다> 포스터. 물론 나도 평생 한 사람만 사랑할 자신은...



왜 주인공은 덕훈일까

소설의 주인공은 남자인 덕훈이다. 아니, 이야기의 주인공은 여자인 인아인데 말이다. 다분히 의도적인 무언가 자리잡은 것이란 말이다. 작가는 철저히 덕훈의 시점에서 바라봄으로써, 여성의 시점에서 바라보면 얻을 수 있는 것을 버리고 남성의 시점에서 느끼는 것을 철저히 취한 것이다. 인아를 보면서 "맞아, 나도 그런 환타지가 있었어" 같은 동감, 이런 것을 무의식적으로 느끼지 못하고, "저런 여자는 싫어!" 라는 감정을 느끼도록 교활하게 유도한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이것은 한 마디로 요약할 수 있다. 바로 '편견'을 심는 것이다. 어떠한 사실을 전달한다 하더라도 어떻게 각색하느냐에 따라 듣는 사람의 판단이 달라지는 것이 여기에도 적용된다.


인아, 특별한 여자

덕훈의 아내 인아는 매우 특별한 여자다. 최고의 여자다. 술 잘 마시고 섹스 잘 하고 육아와 정리정돈, 요리에도 빠지지 않는 실력을 가지고 있다. 돈도 그럴듯하게 잘 버는데다가 심지어 (한국에서) 아직까지는 남자의 영역이라고 일컬어지는 스포츠, 그 중에서도 격렬한 축에 드는 축구마저 좋아하는, '완벽한 여성' 아닌가!

그렇다면 질문을 던져보자. 인아같이 특별한 여자에게만 이런 환타지가 가능한 것 아닐까? 남자의 눈으로 보기에 최고인 여자만이 할 수 있다는 인식이 박히게 됨으로써, 파격을 가장한 보수성이 드러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일탈

덕훈은 마지막에 인아의 요구를 (거의) 다 들어주게 된다. 여자가 남자에게 매달리듯 요구하는 모습, 아까 얘기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그렇기에 이 모습은 남자가 여자에 져서도 아닌, 그저 일탈이라는 모습을 비춰주기에 씁쓸하다. 단순히 가부장적 사고에 물들은 이 사회에 대한, 그런 남성들에 대한 복수는 아닐까라는 생각이 진지하게 든다.

심지어 이런 눈으로 쳐다본단 말이다.



가볍게, 다시 생각해보자. 그럼에도 유쾌하지 않은가?

그럼 결국 작가는 그래봤자 여자가.. 라는 인식을 하면서 쓴 걸까? 그건 아닐 것이다. 뛰어난 여성에게 당하는(?) 남성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실은 근본적인 원인해소를 일탈로밖에 나타내지 못하는 억압적이고 남성 중심적인 사회. 이런 불편한 진실들을 각오하면서도 썼던 이유는 가볍게,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 소설에서 남자와 여자가 바뀌었으면 어땠을까? 이런 비판적인 얘기들이 나왔을까? 아마도 남자가 주인공인 그런 소설이었다면, 작가는 가부장제 의식이 판에 박힌 꼴통이란 소리를 밑도 끝도 없이 들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가 의문을 가진 이야기, 독점하지 않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살리기 위해서 여자를 주인공으로 놓았을 것이다. 물론 이런 글을 무겁게 가지고 내려가지 않기 위해서 재기발랄한 글을 쓰려고 했던 것이었겠지만, 행간에 풍기는 느낌은 조금 불편한 것도 사실이다.

사실은 영화로 만들어진 <아내가 결혼했다>의 여주인공 역을 맡은 손예진의 말이 모든 것을 얘기한다. 두 남자 거느린 자유로운 삶이 부럽기도 하다고. 남자는 뭐 안 그런가.
http://jennifer-decker.tistory.com2009-08-29T12:11:540.31010
Posted by nopi
커피, 그 블랙의 행복
문창기, <커피 그 블랙의 행복>, 이디야.   (커피, 2009.08.04.)

교황은 판결에서 '커피는 진정한 크리스천의 음료가 되어야 한다'고 선언하였고, …
-- 『커피, 그 블랙의 행복』中, p. 47.




<Scene 1>
렸을 적 어머니는 나에게 믿기 어려운 말 세 가지를 하셨다. 달리는 자동차의 창문 밖으로 손을 내밀면 손이 잘려나간다는 것과, 달콤한 향기의 커피를 마시면 머리가 나빠진다는 것, 그리고 술을 마시면 사람이 개가 된다는 것이었다. 그 중 하나는 99%의 확률로 거짓말이 되었고, 그 중 하나는 꽤나 높은 확률로 진실이 되고야 말았다. 그러나 커피를 마시면 머리가 나빠진다는 것은 아직도 알쏭달쏭하다.

<Scene 2>
 "우리 집에 놀러오세요."
 "뭐 해주나요? ㅋ"
 "드립 커피를 마실 수 있음!"
 "???"


+

더러 얼마나 커피에 대해 잘 아냐고 묻는다면 나는 위에 쓴대로 얘기할 것이다. 내 수준이 보인다. 알긴 뭘 알겠는가(맥주라면 조금 알긴 하지만 말이다.). 지금도 자판기 커피가 맛있다고 말하며 마시는 나는 커피에 대해서는 그렇게 관심도 없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세상에는 너무나도 많은 수의 카페가 있었고, 그 때부터 조금씩 카페에서 파는 커피를 마시기 시작하면서부터 조금 겉멋이나 내볼까 하는 그런 정도가 되기 시작했다.

<커피, 그 블랙의 행복>은 이런 수준의 나에게 딱 알맞는 책이다. 커피에 대한 (어디서 주워들은 듯한)얄팍한 지식과 전문가를 꿈꾸지 않는 호기심의 수준에는 제격이다. 내 수준이 이렇다고 책의 수준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다가가기 쉽게 풀어 놓은 글이기에 그 역량은 더욱 높을지도 모른다. 커피콩의 산지에서부터 로스팅 과정, 블렌딩에 이르는 제작방법은 물론이고, 간단하게나마 커피의 역사도 언급하는 이 책이야말로 이 책이 주장하는 모토대로 '행복한 커피 개론서'가 되기에는 충분한 것 같다.

당장에 내가 이 책을 읽는다 해서 바로 커피의 맛과 향을 구분한다거나, 집에서 직접 만들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것같다. 남이 만드는 커피를 마시면서 "이건 향이 부족하네" 라고 딴지를 걸 수 있는 수준에 오를 일도 당분간은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아무것도 모르면서 겉멋만 잔뜩 든 체는 면할 수 있지 않을까?



http://jennifer-decker.tistory.com2009-08-19T11:03:190.3810
Posted by nopi
내 안의 여행유전자
이진주, <내 안의 여행유전자>, 가치창조.   (세계여행, 2009.08.02. ~ 2009.08.03.)

"걱정마세요, 괜찮아요, 저 여행자 보험 들었어요!"
-- 『내 안의 여행유전자』中, p. 182.





"여행 좋아하세요?"
"네"
"재밌는 거 들려주세요!"
"..."


개팅에서 있었던 일이다. 여행을 좋아한다고 자랑스레 떠벌린 것까진 좋았는데, 막상 그 얘기를 해달라 하니 말문이 탁 막혀 입 밖으로 소리를 낼 수가 없었다. 그렇다. 사실 어떻게 그 많은 느낌, 감동,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을까.


블로그에 올라온 글 모음집(많은 첨삭이 있었겠지만)인 이 책을 보고, 여행 정보를 흘깃 얻어가시려 한 분들은 잘못 찾아오셨다. 딱딱한 여행 서적이나 기행문이 아닌, 가끔은 시처럼, 다시 보면 수필처럼 보이는 이 글이야말로 소개팅에서 내가 하지 못한 얘기들을 풀어내는 감성과 감정이 담긴 글이다. 보는 이들이 자연스레 '훌러덩' 하고 책을 넘길만큼 가벼운 내용이지만서도, 계속 읽다보면 자기도 모르게 자신의 경험을 되살리며 흐뭇해하는 모습을 보이게 만든다. 실제 직업이 방송 작가이신만큼 뛰어난 글솜씨도 글솜씨지만, 글을 다시 보게 만드는 평범하고도 독특한 사진들마저...


오늘 <무릎팍도사>에 나온 한비야 선생님을 보고서야 이 글을 완성할 수 있었다. 한비야 선생님의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를 항상 생각하고 있었는데, 오늘 방송을 보고서야 이 글과 다른 점이 조금씩 떠올랐기 때문이랄까. 사실 이 책을 표현할 때 적절한 말을 찾고 있었다. 제일 먼저 떠오른 '감동'이라는 단어가 왜 조금 꺼려질까... 라고 생각했더니 그것은 한비야 선생님의 글이 더 적합하기 때문일 것이다.


+

렇다. 한없는 감동을 주는 책도, 정보를 전달하는 유용한 내용의 책도 아니다. 그렇지만 그런 책들에 비해... 이런 표현이 어울릴진 모르겠으나 여행을 다니면서 느끼는 감정을 극대화 했달까? 엑스터시를 추구한다기 보다는 순정을 추구하는, 그런 책이다. '인간미' 라는 말이 더 적합하려나?


책장을 다 닫기도 전부터 대리만족(?)을 느끼기도 했지만, 실은 부럽기 그지 없었다. 현재의 위치에 매여있는 나의 모습이 너무나 슬프기도 했고 아쉽기도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나도 언젠가는 이런 글을 쓰고 싶다는 열정이 생기려는 것 같다. 꾸밈없는 나의 이야기로 수필 같기도 시 같기도 하지만, 생각해보니 꿈같은 소설같기도 한 글을 쓰고 싶다. 물론 여행기로 말이다.






http://jennifer-decker.tistory.com2009-08-12T18:27:160.31010
Posted by nopi
책 이야기/List2009.07.15 17:42
경영/경제

기술/공학

소설
박민규<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예담.   (한국소설, 2009.09.12. ~ 2009.09.13.)
사라 더넌트, 강주헌 옮김<르네상스 창녀 1>갤리온.   (영미소설일반, 2009.12.10. ~ 2009.12.12.)
사라 더넌트, 강주헌 옮김<르네상스 창녀 2>갤리온.   (영미소설일반, 2009.12.13.)

시/에세이/기행
이기중<유럽 맥주 견문록>즐거운상상.   (맛집여행/유럽기행, 2009.12.22. ~ 2009.12.29.)

사회/정치/법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새로운 사회를 여는 희망의 조건>시대의창.   (사회학일반, 2009.10.19. ~ )

역사/풍속/신화

예술/대중문화
김치샐러드<그림 보여주는 손가락>학고재.   (예술이야기, 2009.11.19. ~ 2009.11.21.)

인문
데이비드 버스, 전중환 옮김<욕망의 진화>사이언스북스.   (진화심리학, 2009.09.19. ~ 2009.10.18.)

자기계발

자연과학/공학

취미/스포츠
레너드 코페트, 이종남 옮김<야구란 무엇인가>황금가지.   (야구, 2009.11.24. ~ 2009.12.03.)

만화
타가미 요코<새댁 요코짱의 한국살이(첫 번째 이야기>, 작은씨앗.   (카툰에세이, 2009.08.15. ~ 2009.08.16.)
타가미 요코<새댁 요코짱의 한국살이(두 번째 이야기>, 작은씨앗.   (카툰에세이, 2009.08.16. ~ 2009.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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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인문2009.06.08 03:03
남성과 여성의 착각에 관한 잡학사전
카린 헤르처, 크리스티네 볼프룸 지음, 권세훈 옮김<남성과 여성의 착각에 관한 잡학사전>을유문화사.   (인문학 일반)

결국 이성간의 문제는 상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100%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 『남성과 여성의 착각에 관한 잡학사전』中, 소개글.


+

렸을 적 일이다. 어느 날 친구들과 학교 근처를 어슬렁거리다 우연히 보게 된 잡지에는, 예쁜 누님들이 가여운 학생들을 위해 헐벗고 나서는 모습들이 실렸었다. 친구를 잘 만나야 한다 했던가. 그 즈음을 기점으로 나의 친구들은 나를 쾌락의 영상들로 인도했으니, 아마도 동물의 본능으로 표현되는 그 욕구가 무자비하게 발휘되기 시작한 것은 그 시점부터였을까 싶다.

+

로부터 10여년이 지나도 성욕은 그칠 줄을 몰랐다. 그러나 하늘을 찌를듯한 욕구와는 다르게, 성(性)에 대한 무지는 여전하기만 했다. 성교육을 제대로 받은 중학생 고등학생보다도 더 짧은 지식을 가진 것은 둘째치고, 어렸을적부터 가져온 환타지가 나를 지배하는 느낌이었다. 인정한다. <남성과 여성의 착각에 관한 잡학사전>을 집을 때는 그런 의도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책은 그런 나에게 단순히 재미 이상으로 다가온 책이다. 

최근에 발표된 연구 결과를 혹시 아는가? 여자는 결코 남자보다 수학을 못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남자가 여자보다 수학을 더 잘 한다는 신념은 오래도록 지켜져왔고, 아마 당분간은 깨지지 않지 않을까? 무의식적으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의식의 차이, 특히 남녀간 차이를 단순히 성에 한해서만 다루지 않고 사회적 분야에서부터 감정, 취향에 이르기까지 다루고 있는 책, 그래서 이 책이 '잡학사전'인 것이다.

물론 뒷부분은 성적 판타지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성적 판타지라는 부제가 무색하리만큼 나의 환타지는 깨져버리고 말았다. 섹스에서부터 페니스까지, 적나라한 항목들을 다루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에 대한 과학적 분석인 것이었을 뿐이었다.
 

이런 환타지는 찾기 어려웠다. 사진은 성적 환타지를 찾아 떠나는 섹스 테라피스트를 소재로 한 영화 '숏버스'



여자와 남자는 매우 다르다. 그걸 다 안 다고 착각하는 것이 위험한 것이다. 그런데 그걸 누가 모르느냐는거지. 어떻다는 주장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그렇다는 사실만을 나열해서인지 그렇게 재미가 있는 책은 아니었다. 다루고 있는 소재도 매우 많기에 의외로 지루한 곳도 상당히 많았다. 되돌아보니 처음에 책을 집었을 때의 음흉한 의도와는 아쉽게도 거리가 먼 책이었다. 그저 성역할에 대한 미디어와 사회 구성원들의 '이미지'가 옳지 않을 수 있다는 교훈을 얻는 데 만족하자.
http://jennifer-decker.tistory.com2009-06-07T17:45:300.3610
Posted by nopi
책 이야기/인문2009.05.31 22:25

이재영, <탁월함에 이르는 노트의 비밀>한티미디어.   (인문교양, 2009.01.24. ~ 2009.01.24.)

사실 첫 문장을 씀으로써 시작되는 지적 여행의 출발은 바로 종이에서 시작된다.
-- 『탁월함에 이르는 노트의 비밀』中, p. 127.




'글쓰기'는 인간의 지식을 발달시킨 최고의 도구였다. 인류의 지식이 급격히 늘어난 시절의 초창기부터 얼마 전까지는 그 말이 누구에게나 납득이 갔었다. 그러나 요즈음은 텍스트 및 문서를 작성하는 프로그램에서 지금 내가 글을 쓰고 있는 블로그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그 출판을 e-book으로 할 수 있는 세상이 되다 보니 그런 말을 긴가민가 하면서 받아들이는 사람이 절반이요, 부인하는 사람이 절반인 시절이 되었다. 왜 저자가 케케묵은 아날로그를 갑자기 꺼내는 것일까. 단순히 디지털 시대에서 옛 향수를 떠올리는 아날로그 아이템들이 인기를 몰고 있는 것과는 분명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디지털 시대의 장점은 분명하다. 어디서든 정보를 얻을 수 있고, 그 양도 무수히 많으며, 다시 찾기에도 편리하다. 그러나 '유익한 정보를 걸러내는 힘'이 약해진다는 단점은 장점의 뒤에 숨어버리게 되었다. 수많은 자료를 얻었지만, 실제로 뭔가 쓰려고 하면 어떤 것을 써야 할 지 모르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 다반사. 가끔은 디지털 아이템을 가지고 뭔가 찾으려 하다 보면 어느샌가 딴길로 샐 때도 있다. 이럴 때야말로 필요한 것이 노트다.

사실은 노트가 아니어도 좋다. 메모라도 좋다. 어딘가 적기만 하면 된다. 적음으로써 자신의 '(유용한)지식이 자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적는 행위 그 자체는 디지털 매체와는 다르게도 하나의 일에 집중할 수 있는 마력을 가지고 있어, 더욱 효율적인 지식의 정리가 완성된다. 저자는 이를 '탁월함' 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자신을 객관적으로 만드는 일, 그것은 글을 쓰는 것이다 (p. 75)'
'탁월함'에는 반성의 의미도 들어간다. 노트에 적어놓은 메모를 보며 이 포스트를 작성하고 있는데, 다시 볼 때마다 이 생각들이 맞는지, 다른 의견들은 어떨지 등등 여러가지를 보고 있다. 나 자신을 객관화 하여 반성하게 하는 도구야말로 노트인 것이다.

이 책은 이렇게 열변을 토해놓고 마무리가 안 좋다는 아쉬움이 들 정도의 구성을 하고 있긴 하다. 갑자기 뜬금없이 다중 지능 이야기를 하면서, 책의 전체 주제와는 맞지 않는 구성이 난데없이 들어가긴 한다. 그럼에도 이 책은 의의가 있다.

'종이에는 지식이 자란다.'라고 했다. 메모는 물론이거니와, 들고 다니며 남들과 토론하기에도 가장 용이한 매체가 종이이다. 그리고 그 매체의 묶음이 바로 노트가 된다. 글 뿐 아니라 그림과 사진까지, 저자의 표현대로 사실 어떻게 보면 가장 쉬운 하이브리드 매체인 노트가 여러분들을 탁월하게 만들 것이다.
http://jennifer-decker.tistory.com2009-05-31T13:17:000.31010
Posted by nopi
책 이야기/소설2009.05.27 02:05
안도현<연어>문학동네.   (한국소설, 2007.03. ~ 2007.08.)

그래도, 아직은, 사랑이,
낡은 외투처럼 너덜너덜해져서
이제는 갖다 버려야 할, 
그러나, 버리지 못하고,
한번 더 가져보고 싶은,
희망이, 이 세상 곳곳에 있어,
그리하여, 그게 살아갈 이유라고
믿는 이에게 바친다.

                                     -- 『연어』中




주인공 '은빛연어'는 고달픈 현실에 젖어있는 우리의 모습이다. 살아가면서 경험하는 자신의 주변에서 생기는 많은 사고들과, 자신을 바라보는 따가운 시선들을 은빛연어는 겪어나간다. 그럼에도 꿋꿋이 우리가 사랑을 하고 성장을 하듯이, 은빛연어도 일련의 과정을 겪는다.

이런 이유로 마냥 성장물이라고 하기에는 '연어'는 너무나 아름다운 소설이다. 비단 시적인 표현들이 많아서가 아니라, 독자 모두에게 용기를 주려는 책이기 때문이다.

'연어, 라는 말 속에는 강물 냄새가 난다.'
라는 구절로 소설은 시작을 하고, 끝을 맺는다. 바다에서 생활하는 연어에게서 강물 냄새가 난다니. 이는 고향을 찾는, 그리고 죽음에 다다르는 산란의 과정을 극대로 미화하는 것이다. 연어의 산란은 비단 산란 그 자체만의 의미일뿐 아니라, 미래에 대한 희망을 의미한다. 폭포라는 역경에도 포기하지 않고 좇은 꿈을 위해 뛰어넘는 연어를 보며 독자는 '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지 않을까.

<연어>는 어른을 위한 동화다. 메마른 일상을 보내느라 자신의 인생을 둘러보지 못하는 어른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다. 희망을 잃지 말라는 말을, 소설이라는 글로 표현한 응원이다. 오랫동안, 무려 100쇄 동안 이 책은 우리를 응원하고 있었다.
Posted by nop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