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그 블랙의 행복
문창기, <커피 그 블랙의 행복>, 이디야. (커피, 2009.08.04.)
교황은 판결에서 '커피는 진정한 크리스천의 음료가 되어야 한다'고 선언하였고, …
-- 『커피, 그 블랙의 행복』中, p. 47.
<Scene 1>
어렸을 적 어머니는 나에게 믿기 어려운 말 세 가지를 하셨다. 달리는 자동차의 창문 밖으로 손을 내밀면 손이 잘려나간다는 것과, 달콤한 향기의 커피를 마시면 머리가 나빠진다는 것, 그리고 술을 마시면 사람이 개가 된다는 것이었다. 그 중 하나는 99%의 확률로 거짓말이 되었고, 그 중 하나는 꽤나 높은 확률로 진실이 되고야 말았다. 그러나 커피를 마시면 머리가 나빠진다는 것은 아직도 알쏭달쏭하다.
<Scene 2>
"우리 집에 놀러오세요."
"뭐 해주나요? ㅋ"
"드립 커피를 마실 수 있음!"
"???"
+
날더러 얼마나 커피에 대해 잘 아냐고 묻는다면 나는 위에 쓴대로 얘기할 것이다. 내 수준이 보인다. 알긴 뭘 알겠는가(맥주라면 조금 알긴 하지만 말이다.). 지금도 자판기 커피가 맛있다고 말하며 마시는 나는 커피에 대해서는 그렇게 관심도 없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세상에는 너무나도 많은 수의 카페가 있었고, 그 때부터 조금씩 카페에서 파는 커피를 마시기 시작하면서부터 조금 겉멋이나 내볼까 하는 그런 정도가 되기 시작했다.
<커피, 그 블랙의 행복>은 이런 수준의 나에게 딱 알맞는 책이다. 커피에 대한 (어디서 주워들은 듯한)얄팍한 지식과 전문가를 꿈꾸지 않는 호기심의 수준에는 제격이다. 내 수준이 이렇다고 책의 수준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다가가기 쉽게 풀어 놓은 글이기에 그 역량은 더욱 높을지도 모른다. 커피콩의 산지에서부터 로스팅 과정, 블렌딩에 이르는 제작방법은 물론이고, 간단하게나마 커피의 역사도 언급하는 이 책이야말로 이 책이 주장하는 모토대로 '행복한 커피 개론서'가 되기에는 충분한 것 같다.
당장에 내가 이 책을 읽는다 해서 바로 커피의 맛과 향을 구분한다거나, 집에서 직접 만들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것같다. 남이 만드는 커피를 마시면서 "이건 향이 부족하네" 라고 딴지를 걸 수 있는 수준에 오를 일도 당분간은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아무것도 모르면서 겉멋만 잔뜩 든 체는 면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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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jennifer-decker.tistory.com2009-08-19T11:03:190.3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