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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8.29 결혼, 그리고 일탈의 한계 - 아내가 결혼했다
책 이야기/소설2009. 8. 29. 21:46
아내가 결혼했다
박현욱, <아내가 결혼했다>, 문이당.   (한국소설, ~ 2009.08.29.)

명백해진 사실. 나도 미쳤다.
-- 『아내가 결혼했다』中, p. 170.






뭘 얘기하고 싶은거야?

<아내가 결혼했다>는 발랄한, 그러면서도 대담한 소재의 이야기다. 평범한 남자 덕훈과 결혼한 매력적인 여인 인아가 펼치는 남성편력(?)과 환타지를 그려낸 소설이다. 그 과정을 축구라는 소재를 덧
붙이면서 표현을 해내는데, 어쩜 그리 재밌었는지. 가족과 결혼 제도라는 인간이 만든 틀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는 부인에게 마지못해 모든 요구를 허락하는 남편을 보면서 실실 웃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뭘 얘기하고 싶은거야? 그저 웃고 지내기엔 너무나 무거운 소재의 이야기 아닌가? 그리고 주인공은 왜 남자가 아니라 여자였을까? 유쾌한 이야기 뒤에 묻힌 작가의 의도를 생각해보자. 아마도 사랑하되 독점하지 않는, 동시에 두 사람을 사랑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소설을 쓴 것인거 같긴 하지만 말이다.

영화로 만들어진 <아내가 결혼했다> 포스터. 물론 나도 평생 한 사람만 사랑할 자신은...



왜 주인공은 덕훈일까

소설의 주인공은 남자인 덕훈이다. 아니, 이야기의 주인공은 여자인 인아인데 말이다. 다분히 의도적인 무언가 자리잡은 것이란 말이다. 작가는 철저히 덕훈의 시점에서 바라봄으로써, 여성의 시점에서 바라보면 얻을 수 있는 것을 버리고 남성의 시점에서 느끼는 것을 철저히 취한 것이다. 인아를 보면서 "맞아, 나도 그런 환타지가 있었어" 같은 동감, 이런 것을 무의식적으로 느끼지 못하고, "저런 여자는 싫어!" 라는 감정을 느끼도록 교활하게 유도한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이것은 한 마디로 요약할 수 있다. 바로 '편견'을 심는 것이다. 어떠한 사실을 전달한다 하더라도 어떻게 각색하느냐에 따라 듣는 사람의 판단이 달라지는 것이 여기에도 적용된다.


인아, 특별한 여자

덕훈의 아내 인아는 매우 특별한 여자다. 최고의 여자다. 술 잘 마시고 섹스 잘 하고 육아와 정리정돈, 요리에도 빠지지 않는 실력을 가지고 있다. 돈도 그럴듯하게 잘 버는데다가 심지어 (한국에서) 아직까지는 남자의 영역이라고 일컬어지는 스포츠, 그 중에서도 격렬한 축에 드는 축구마저 좋아하는, '완벽한 여성' 아닌가!

그렇다면 질문을 던져보자. 인아같이 특별한 여자에게만 이런 환타지가 가능한 것 아닐까? 남자의 눈으로 보기에 최고인 여자만이 할 수 있다는 인식이 박히게 됨으로써, 파격을 가장한 보수성이 드러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일탈

덕훈은 마지막에 인아의 요구를 (거의) 다 들어주게 된다. 여자가 남자에게 매달리듯 요구하는 모습, 아까 얘기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그렇기에 이 모습은 남자가 여자에 져서도 아닌, 그저 일탈이라는 모습을 비춰주기에 씁쓸하다. 단순히 가부장적 사고에 물들은 이 사회에 대한, 그런 남성들에 대한 복수는 아닐까라는 생각이 진지하게 든다.

심지어 이런 눈으로 쳐다본단 말이다.



가볍게, 다시 생각해보자. 그럼에도 유쾌하지 않은가?

그럼 결국 작가는 그래봤자 여자가.. 라는 인식을 하면서 쓴 걸까? 그건 아닐 것이다. 뛰어난 여성에게 당하는(?) 남성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실은 근본적인 원인해소를 일탈로밖에 나타내지 못하는 억압적이고 남성 중심적인 사회. 이런 불편한 진실들을 각오하면서도 썼던 이유는 가볍게,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 소설에서 남자와 여자가 바뀌었으면 어땠을까? 이런 비판적인 얘기들이 나왔을까? 아마도 남자가 주인공인 그런 소설이었다면, 작가는 가부장제 의식이 판에 박힌 꼴통이란 소리를 밑도 끝도 없이 들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가 의문을 가진 이야기, 독점하지 않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살리기 위해서 여자를 주인공으로 놓았을 것이다. 물론 이런 글을 무겁게 가지고 내려가지 않기 위해서 재기발랄한 글을 쓰려고 했던 것이었겠지만, 행간에 풍기는 느낌은 조금 불편한 것도 사실이다.

사실은 영화로 만들어진 <아내가 결혼했다>의 여주인공 역을 맡은 손예진의 말이 모든 것을 얘기한다. 두 남자 거느린 자유로운 삶이 부럽기도 하다고. 남자는 뭐 안 그런가.
http://jennifer-decker.tistory.com2009-08-29T12:11:540.31010
Posted by no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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