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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취미/스포츠

우리가 아직 일본을 이길 수 없는 이유

박성호<야구장이 많아 행복한 일본>책나무.   (야구, 2009.08.03. ~ 2009.08.04.)

일본엔 여자야구도 성행한다. 좋은 인프라가 갖춰져 있으니 누군들 야구를 못하겠는가.
-- 『야구장이 많아 행복한 일본』中, p. 39.


한국의 WBC는 기적이다


몇 달 전, 광주에서 열린 프로야구 올스타전을 보았는가? 광주광역시장 박광태 씨는 그 날 연설을 하면서, 오랜 염원인 구장 신축을 선언하였다. 그 자리에 있던 많은 사람들의 함성소리.. 아마 박광태 시장이 지금까지 들었던 최고의 함성이 아닐까 싶다. 이어 대전과 대구에서도 신축 구장에 대한 얘기가 나오게 되었고, 많은 야구팬들은 이에 들떠 있다.

다음에 광주에서 올스타전이 열릴 때는 신축 구장이 기다릴 것인가.



그렇다. 신축 구장이 소원인 야구팬들이 넘치는 곳. 딱딱한 인조잔디에서는 탈피했지만 아직도 많은 부상을 부르는 바닥을 가진 구장이 명색이 프로야구 구장이라고 이름을 달고 있는 곳. 그런 곳에서 야구를 하며 부상을 달고 다니는 그 선수들은 WBC에서 4강과 준우승을 이끌어낸 최고의 선수들이다. 바로 이곳, 한국의 선수들이다. 그리고 그들은 공교롭게도 두 번 다 이웃의 야구 강국, 일본에게 무릎을 꿇었다.

아직 그들은 강하다. 그것은 사실이다.




편안하게 들려주는 일본 야구 이야기


<야구장이 많아 행복한 일본>은 일본 야구 소개서다. 말 그대로 '일본 야구'라는 방대한 범위를 다루는 책이다. 야구의 기초에서부터 다루는 개론서도 아니지만 '일본 야구의 모든 것' 을 파헤치는 전문적인 서적도 아니기 때문에, 초보 분들이나 전문가들이 읽기보다는 야구를 조금 알고 일본 야구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 읽기에 적당하겠다.

그럼 뭐가 다르기에 일본 야구에 대한 책까지 낼까? 사실 야구가 다르면 얼마나 많이 다르겠나. 각 국의, 각 리그의 특색이 있는 것 정도. 말은 이렇게 쉽게 하지만 그 바탕은 쉬운 게 아닐 것이다. 실제로 일본 야구의 역사 같은 부분을 소개하는 부분에서는 드래프트 파동이라거나 팀 변천사 등을 다루어 지금의 일본 야구가 있는 바탕을 가르쳐주고 있다. 당연히 이런 역사같은 부분은 다를 수 밖에 없지. 음음.

그리고 일본이기에 들을 수 있는 이야기들도 있다. 한국인만큼 성씨가 많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미국처럼 많은 사람을 성씨로 나누는 사회도 아닌 일본이기에 성씨에 얽힌 이야기들도 많다. 요미우리(読売) 자이언츠만 해도 다카하시(高橋)씨가 둘이나 되지 않는가! 일본에 진출한 한국 선수들의 이야기 뿐 아니라, 오래 전부터 지금까지 활약하고 있는 여러 재일동포 선수들의 이야기도 빠질 수 없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보면 한국의 현실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다. 물론 일본 야구를 다루지만 부러운 마음에 한국의 그것이 오버랩 되어버리니 말이다. 그런데 뭐가 부럽냐고?


반성해야 할 한국 야구의 현실


야구장에는 다들 가보셨는지? 잠실이나 문학 구장 같은 곳을 다녀오신 분은 구장이 얼마나 열악한지 잘 모를 것이다. 광주 무등구장, 대구구장, 대전 한밭구장 같은 곳을 다녀온 사람들은 충분히 뼈저리게 느낄 것이고. 천하무적 야구단 김C는 "야구는 순간을 다루는 스포츠"라고 말했다. 그런만큼 모든 것이 다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는데, 가장 기본인 구장부터가 열악하다니. 불만은 이것 뿐만이 아니다.

이제는 없어진 동대문 야구장.



한국에서도 고교야구가 프로야구 출범 전까지, 한 때 최고의 스포츠였던 적이 있다. 지금은 아마 야구의 메카라는 동대문 야구장마저 서울시의 도시계획에 파묻혀 사라진지 오래지만. 지금도 열혈 마니아들이 고교야구와 대학야구를 지켜보고 있지만, 일본은 그들을 지켜보는 사람들이 전 국민이다. 이들은 미래의 프로가 될 재목들인데, 이들에 대한 지원부터가 너무 열악하다. 얼마 없는 팀 수와 선수 수는 그렇다 치더라도, 선수를 선수로 대접하지 않는 몇몇 감독들의 행태가 실제로 많은 곳에서 일어나는 것은 지원과 관심이 부족하기에 일어난 것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모든 이가 주시하고 있는 고시엔 대회는 부럽기만 하다.




왜 이제야 나왔어!!!


10년 전, 일본 야구는 쉽게 접할 수 없었다. 가끔 보여주는 스포츠뉴스의 영상과 신문을 통해서만 접할 수 있었다. 그러다 이승엽 선수가 일본에 진출하면서부터 일본 야구를 TV로 많이 볼 수 있게 되어, 이제는 쉽게 접하게 되었다. 그 때에도 이 책은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임창용 선수가 활약하는 지금에 와서야 이 책이 나온 것이다.

그만큼 늦게 나온 것은 너무나 아쉽다. 작가가 최근에 자료를 수집한 것이 아니라 수십년간 모아온 자료를 바탕으로 책을 냈기에, 더 빨리 출간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책을 보고 일본 야구의 현실을 직시하고, 한국 야구에 눈을 돌려 더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더 늦었기에 더욱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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