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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자기계발

아웃라이어, 정운찬 전 총장이 생각나는 이유.

말콤 글래드웰, 노정태 옮김, 최인철 감수<아웃라이어>, 김영사.   (성공학, 2009.08.04. ~ 2009.08.16.)

세계 어떤 고등학교에서 1968년에 공유 터미널을 통해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었겠는가?
-- 『아웃라이어』中, p. 72.


재능은 성공의 어머니?


'통계학에서 뚜렷하게 일정한 방향에서 벗어난 데이터' 라는 의미를 가진 아웃라이어를, 사회적으로 성공한 자라고 하자. 이들 아웃라이어가 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냐고 사람들에게 묻는다면, 백의 구십구는 '재능' 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맞는 말일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 무슨 소리냐고?

여러분들의 주변을 둘러보자. 한 두 분야에서 재능이 뛰어난 사람은 찾아보면 제법 많이 있을 텐데. 그들은 왜 성공하지 못했을까? 성공에는 다른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


성공 = 재능 + !@#$%^&*

당연히 성공은 재능으로만 이뤄지지 않는다.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을 살펴보면, 그 사람들은 엄청나게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비틀즈가 그만한 경지에 이르도록 노력한 시간의 예를 들며 '1만 시간의 법칙'을 얘기하고 있다. 아웃라이어가 되기 위해서는 그 분야에 적어도 1만 시간 정도를 투자해야 한다는 법칙으로, 성공에 있어 노력이 가지는 비중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모두가 재능을 가지고, 노력을 한다고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이 시대 최고의 아웃라이어, 빌 게이츠. 그는 과연 그의 재능과 노력으로만 성공한 것일까?



한국 사람들이 흔히 하는 농담 하나. 아인슈타인과 빌 게이츠가 한국에서 태어났으면 대치동 물리 강사나 용팔이가 되어 있을 거라고, 웃고 즐기자고 하는 농담 속에 뼈가 숨어있다. 이 글의 처음에 써놓은 문구는 바로 빌 게이츠가 가졌던 자산을 가리킨다. 세계 어떤 고등학교에서 1968년에 공유 터미널을 통해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었을까? 그것은 바로 그에게는 성공의 필수 조건, 기회가 숨어 있었기 때문이다.

기회라는 것은 매우 복잡한 것이다. 크게 보면 예로부터 내려온 문화적 유산도 기회며, 작게는 부모의 가정교육과 재산 역시 하나의 기회라고 할 수 있겠다. 생각해보자. 어떠한 재능이 있을 때, 그 재능을 알아주고 키워주도록 도와주는 사회의 역량이 없다면 그 재능은 바로 썩을 지도 모른다!! (축구 팀에서 주전 도약을 하지 못한 유망주들을 괜히 임대 보내는 것이 아니다! 그들에겐 경기에 뛸 기회가 필요하다.)  자수성가한 사람들? 물론 그 사람들의 재능은 알아줘야겠지만, 역시 그들을 인정하는 사회의 분위기와 기회가 없다면 성공할 수 있었을까?


이 책의 철학, 정운찬 전 총장이 생각나는 이유.

이 책의 철학은 결국 재능의 승리도 아니요, 노력의 승리도 아니다. 재능과 노력을 가지고 있을 때, 그들에게 합당한 성공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운찬 총리(라기보다는 전 총장으로 부르는게 더 합당하려나?)가 생각이 난다. 뜬금없이 무슨 소리를 하냐고 물으신다면, <아웃라이어>의 철학에 맞는 교육철학을 가지고, 실행시켰던 인물이 그였기 때문이다.

정운찬 전 총장이 현직에 있을 때 서울대학교는
새로운 정책을 발표했다. 지금은 너무나 유명해진, 그러나 그 당시엔 엄청난 반대와 비판에 시달렸던 '지역균형선발제'가 그것이다. 결과적으로 사교육에 큰 의존을 할 수 없는 학생들에게도 서울대학교 입학의 문을 여는 참신한 정책으로 판명됐고, 그렇게 뽑은 학생들이 다른 학생들에 비해서 성적이 떨어진다거나 특별한 문제가 있는 것도 없다는 것이 확인 되었다.

이쯤하면 이해가 될 법하지 않은가? 정운찬 총장은 바로 기회의 평등을 실현한 것이다. 그 정책을 통과시킴으로써 재능을 가지고 수많은 노력을 하는 이에게 동등한 기회를 제공하여 더 높은 성공의 가능성을 제시한, 이 책의 철학과 가장 적합한 예시인 것이다.

마지막 강의(?)를 하던 정운찬 前 교수. 제발 정치를 하더라도 학자였을 때의 올바른 철학을 지니길 바라겠다.



아직은 아쉬운 사회에 대한 외침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는 이 책의 분류가 '성공학'으로 되어 있다. 나도 그에 맞춰서 이 책의 분류도 '자기계발'로 해 놨지만, 실은 사회학에 더 가까운 책이 아닌가 한다. 아마도 사회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기회의 평등을 줘야 하는 책이라고 생각한 나와는 다르게, 성공하려면 '모든 것이 갖춰져 있는 상태에서 당신이 노력해야 한다'는 교훈을 주는 책 쯤으로 이해하고 있는가 보다. 그만큼 이 사회는 성공에 목말라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는 이들에게 부탁한다. 부디 이 책을 자기계발, 자녀교육, 성공학 등의 좁은 의미로만 이 책을 바라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회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많은 경제적 투자와 부모의 지원, 환경의 영향이 있어야 한다고 특정 부분만 과도하게 해석하지 말자.[각주:1] 그보다는 많은 이들에게 동등한, 정당한 경쟁의 기회를 줄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초석을 마련하도록 깨우쳐주는 책으로 읽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P.S : 이 글은 정치적 의사와는 상관없는 글입니다.
  1.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hotbloodsoul&logNo=140087631582 에서 인용.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