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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인문

지식 e, 마이너해선 안 될 마이너들의 이야기


EBS 지식채널 e<지식 e SEASON 1>북하우스.   (인문교양, 2009.11.18. ~ 2009.11.22.)
EBS 지식채널 e<지식 e SEASON 2>북하우스.   (인문교양, 2009.11.22. ~ 2009.11.23.)
EBS 지식채널 e<지식 e SEASON 3>북하우스.   (인문교양, 2009.12.06)
EBS 지식채널 e<지식 e SEASON 4>북하우스.   (인문교양, 2009.12.06. ~ 2009.12.08.)
EBS 지식채널 e<지식 e SEASON 5>북하우스.   (인문교양, 2009.12.09. ~ 2009.12.16.)

"알고 싶었다. 정말 알고 싶었다."
-- 『지식 e SEASON 3』中, p. 129, '버튼을 누르지 않은 이유'.


"당신은 얼마나 압니까?"
막막하게 던지는 이 질문에 답할 수 있으신가? 쉽게 답할 수 있다고? 좋다. 그럼,

"알아서 뭐 합니까?"
이 질문에도 쉽게 답할 수 있을까?

난 아직도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조금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지식 e>를 읽으면서.


지식의 '허브'
"한 권의 좋은 책은 열 갈래 다른 독서의 시작"
- 추천사 中, 김주하 MBC 뉴스데스크 앵커, 기자

지식은 경험과 교육에서도 우러나오지만, 그보다 더 많은 부분을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세상에는 너무나 많은 것이 있기에 이제는 책을 통하지 않는 지식은 한계에 부딪히는 것이 자명하다. 아직 여행가지는 않았지만 여행을 상상하는 것도, 아직 먹어보지는 않았지만 맛을 상상하는 것도,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물리 법칙을 논하는 것도, 실존에 대해 논하는 것도 책을 통해 얻는 지식의 일부가 되고 있다. 우리의 머리는 여기에 몰입한다.

책을 통한 지식이 딱히 전문적, 전공적인 지식에 국한되는 것도 아니다. 에세이나 시집은 생활과 일상에 얼마나 밀접한가! 소설은 상상력을 자극시켜주는데 일품이고, 자기계발 책은 자신을 돌이켜보는 계기를 마련해주기도 한다. 우리의 가슴은 여기에 감동한다.

그렇다면 머리와 가슴을 이어주는 책은 없을까. 아쉽게도 많지는 않다. 지식은 지식대로, 감동은 감동대로 주는 책들이 대부분이다. 그 와중에 <지식 e>는 '가슴으로 읽는 우리 시대의 智識'을 표방한다. 그를 위해 우리의 생활 주변에서부터 생면부지의 아이들이 겪는 고통까지, 현재의 모습에서부터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던 다른 사람들의 역사까지 드넓은 범위에서 종횡무진 활약한다.


다섯 권, 무엇을 말하는가
정의로운 데다 재밌기까지 하다. 무얼 더 바랄 것인가!
- 추천사 中, 우석훈 성공회대 외래교수

현재까지 나온 1~5권은 큰 틀이 동일하다. 대부분의 화가 방송에서 보여줬던 내용을 함축적으로 요약한 부분이 에, 배경 지식에 대한 설명이 기본적인 구성이다. 몇몇 화는 참고도서도 명시해놔서, 더 심화된 내용을 알아보고 싶을 때에는 도움을 얻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각 권의 개성을 무시하는 건 옳지 않은 처사. 1권과 2권은 원색을 많이 사용해서 시각적인 효과를 좀 더 돋보이게 하는데에 중점을 두었다. 3,4권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로 하나의 스토리를 나누어 놓아 책의 시작과 끝을 멋있게 장식해놓은 반면, 5권 같은 경우는 독특하게 매 장이 끝날 때 내용과 관련한 인물들과의 인터뷰를 실어놓았다. 개인적으로 3,4권과 같은 포맷을 좋아하는데다가 3권에는 지식e 팀과의 인터뷰, 4권에는 TV로 방송된 지식채널 e 에 쓰인 음악을 소개하는 코너가 있어 3, 4 두 권의 책을 가장 좋아한다.

Frame 뿐 아니라 내용도 그러하다. 각 권의 소재도 다양함이 듬뿍 배어난다. 마라톤의 전설 아베베의 , 스티비 원더, 이 시간에도 사라져가는 다양한 언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감동을 주는 이야기에서부터 항상 불안에 떨고 있는 요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소재가 우리에게 교훈과 감동과 지식과 깨우침을 준다.

그럼에도 이 책은 주제의 일관성이 더욱 더 주목받고 있다. 소수자, 억압받는 자들의 이야기, 말하기 꺼려하는 논쟁거리와 사회적 이슈, 그리고 우리가 한 면만 보고 있던 어떤 사실들의 뒷 이야기. 이들에 관한 것을 얘기하기에 이 책은 정치적이라는, 편파적이라는 논쟁거리도 만들게 된다. 하지만 그런 논쟁거리 보다도 우리가 중요하게 여겨할 것은, 당연히 언급해야 할 이야기들을 언급하려는 이 책은

진실을 말하려는 책이다.


더 이상 마이너해선 안 될 마이너한 이야기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자. 난 얼마나 아는가란 질문의 답은 '난 아직도 아는 것이 적다'이다. 이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곰곰히 한 번 더 생각해볼 것들이 수없이 쏟아져 나온다. 알아서 뭐하느냐고? 적어도 우리는 진실을 알고, 많은 일그러진 것들의 위치를 바로잡아야 하기 위해서 알아야 한다.

바로 얼마 전에 '용산 참사' 협상이 타결되었다고 한다. 그들은 우리 속에서 소수자였다.
등록금에 시달리는 대학생들은 사실상 사회의 구조가 억누르고 있는 것이다.
'단일민족' 에 관한 논쟁은 이제 해묵은 떡밥 수준에 달할 정도로 논쟁거리가 된 지 오래다.

이런 이야기들이 왜 마이너해야 하는가. 허구헌날 나오는 정치인들 싸우는 소리, 부동산 투기 이야기, 결국 무엇인가의 '메이저'인 자들의 이야기만 메이저에서 놀고 있는 실정이다.

<지식 e> 는 여러분들에게 묻는다. 당신의 오늘을 묻는다. 당신의 머리는 뭘 알고 있으며, 당신의 가슴은 뭘 위해 감동하냐고. 눈 가리고 아웅하는 세상을 살고 있지는 않냐고. 메이저에 들어가기 위해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이야기를 마이너로 몰아내는 것은 아니냐고 묻는다.


얼마 전 이명박 대통령이 UAE를 방문했을 때 나온 기사다. 씁쓸했다. 우리는 진정한 허브를 표방하는 것일까? 갈라진 우리 사회부터 포용할 수 있어야 많은 다른 것들도 수용할 수 있는 법이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