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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경영/경제

안철수 교수에게 속았다! - 맞수기업열전


정혁준
<맞수기업열전>에쎄.   (국내경영이야기, 2009.10.22. ~ 2009.10.24.)


전략이란 말은 전쟁용어에서 나왔습니다. 결국 맞수와의 경쟁에서 살아남는 방법입니다.
-- 『맞수기업열전』中, p. 136.

성장의 원동력, 맞수.
뉴욕 양키스 vs 보스턴 레드삭스. 레알 마드리드 vs FC 바르셀로나. 원더걸스 vs 소녀시대 등등... 라이벌이 있다는 것은 긍정적인 현상이다. 혼자 있음으로 인한 정체현상을 방지하면서 서로가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갈 수 있기 때문. 비단 스포츠나 연예계 뿐만 아니라, 사학에서 '선두를 달린다고 하는' 연세대와 고려대, 형제 회사로 유명한 푸마와 아디다스 등 특정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서로가 경쟁을 하면서 발전하는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물론 부정적인 면도 무시할 수는 없다!).

대한민국 기업의 발전 역시 마찬가지다. 꾸준히 개발을 하고 자기성찰을 하며 커온 것의 원동력은 다름아닌 라이벌의 존재가 있었기 때문. 경쟁사가 신제품을 내놓으면 그에 맞춰서 더 좋은 기술을 개발하고, 다시 그에 맞춰서 발전하는 시나리오가 있었기 때문이다.


얼마 전까지 라이벌의 대세는 이 두 사람이었다. 지금은 김연아 양이 훨씬 앞선 거 같지만...




이 책에서 기업가정신을 배워라? 

다 읽고나니 이 책의 의도가 궁금해진다. 내용은 반쯤은 공감할 수 있지만, 되새기면 너무 기업지향적인 글이 아닌가 싶을 정도의 책이다. 이 책이 정말로 기업가정신을 고취하는데 도움이 되는 책이 되려면, 내용에 나온 네이버 다음, 교보문고 예스24 등등 몇몇 개만 넣었어야 한다. 너무나도 대기업 위주의 내용인지라 보기 불편한 것이 사실이다.

알다시피 한국 대기업은 기업가 정신, 개척자 정신으로만 성장한 것은 아니다. 물론 개척자 정신의 대표자로 꼽히는 정주영 회장 같은 사람의 예시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정경유착이 심하며 자기들끼리 사돈이 되는 등의 인맥에 의한 경영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그러한 뒷면은 보여주지 아니하고 성공한 면, 그것도 기업가 정신에 포함시켜 얘기를 해주니 곤혹스럽다.

심지어는 제목과 내용 자체의 구성도 이상하다. 스토리텔링의 법칙은 어떠한 상품에 스토리를 맞춰서 판매를 늘리는 마케팅 전략 쯤으로 이해를 하고 봤는데, 내용은 전혀 그런 것과는 관련없이 그냥 꿰맞춘 듯한 티가 날 정도다.



안철수 교수님, 이건 아니잖아요.


이 책의 추천사를 쓰신 안철수 교수. 가장 본받고 싶은 기업인이자, 가장 본받고 싶은 '사람'이다.



갑자기 뜬금없이 왠 안철수 교수 타령이냐. 사실 이 책을 구입한건 맨 앞에 안철수 교수의 추천사가 있었기 때문이다. 꼼꼼히 살펴보지 않고 책을 사버린 내 잘못이겠지만, 정말로 믿었었는데 말이다 ^^; 추천사에는 이런 내용이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기업가정신을 쇠퇴하게 만드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낮은 성공 확률과 한 번 실패했을 때 다시 재기할 기회를 주지 않는 사회 시스템에서 찾을 수 있다.
- 추천의 글 中, p. 5.

안철수 교수는 최근 가진 인터뷰에서도 이런 의견을 낼 정도로 철학이 있는 분인 것은 분명하다. 추천사의 다른 내용인 경쟁자가 동반자라는 의식에는 동의하고, 이 책에서도 잘 다뤘던 같다. 그렇지만 본인의 철학이 담긴 문구에 해당하는 내용이 아쉽게도 이 책에는 없는 것 같은데, 도대체 이 말은 왜 들어갔을지. 괜히 책의 내용에 실망해서 추천사를 써 준 고마운 분까지 싸잡는 것 같아 죄송스럽지만, 약간은 실망해버린 감이 없지는 않는다.


그냥 읽을 이야기.

이 책의 본문은 실망스럽다. 재벌 위주의 기업 경영에서, 성공적인 일면만 보여줬기에 더욱 아쉽다고 할 수 있겠다. 차라리 이 책을 보려면 중간 중간에 들어있는 인사이드 팁이나 틈새 키워드 같은 부분을 보라. 맘 편하게 읽을거리로도, 경제의 흐름과 심리학, 경제 전략 등에 관해서도 본문보다 더 훌륭한 글일 것이다. 그나마 본문에서 무언가 찾는다면, 책에서 든 법칙 중 한 두 개의 제목만 얻어가시도록.